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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자 할부를 하면 안되는 이유, 무이자 할부 상품의 비밀

권진석

2022-01-31

작성,

2022-01-31

수정

저와 함께 일하는 프랑스 출신 개발자는 이번 달 신용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9월부터 한국에 입국하여 일을 시작했고, 서류 절차는 그보다 늦어 10월, 11월 즈음부터 정식 등록된 외국인으로 일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저는 미국에 있는 동안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했는데, 이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신용카드는 참 발급받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회는 엄청나게 발전된 금융공학으로 이뤄져있습니다. 비단 신용카드뿐만 아닙니다. 신용카드로 인해 따라오는 청구 할인, 마일리지, 무이자 할부 등의 다양한 혜택들도 모두 포함됩니다. 이번에는 왜 무이자 할부를 하면 안되는지, 빚은 서둘러 갚는 게 좋은지 등에 대해 실제 금액적인 비교와 심리적인 비교를 하려고 합니다.

무이자 할부를 하면 안되는 이유

세상에 모든 물건을 무이자 할부로 살 수 있지 않은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대개 무이자 상품을 파는 회사가 있고, 그렇지 않은 회사가 있죠. 또, 그런 회사 중에서도 일부 상품만 무이자로 구매가 가능합니다. 또, 같은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카드사로 결제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즉, 판매사, 상품, 카드사라는 조건들이 모두 충족될 때 무이자 할부를 하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무이자 할부는 매우 정교하게 짜여진 금융이라는 것을 역으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상품은 더 비싸다.

상품의 가격은 크게 비용(원가)과 마진(이윤)으로 구성합니다. 비용은 비교적 고정적이며, 마진은 비용에 비해서 비교적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가령 마진을 100원씩 내서 1만 원의 이익을 내고 싶었던 제품이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그 제품이 만약 200개가 팔린다면, 이 제품은 가격을 최대 50원까지 낮출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물건을 많이 팔기위해 오히려 가격을 먼저 낮출 수도 있습니다. 즉, 마진을 줄이는 거죠. 보통 가격을 선제적으로 낮추는 것은 대량 판매가 예상되는 대목 직전에 시작하니 이러한 할인 이벤트는 이벤트성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럴 때에는 할인율, 할인 이벤트 등과 같은 속성으로 하게 됩니다.

무이자 할부는 할인 이벤트를 활용한 금융상품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가령, 지금 10%의 할인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고 가정할게요. 그리고 이 상품을 1년짜리 할부로 판매한다고 생각할게요. 그러면, 이 상품에는 10%의 금리를 붙인다하더라도 "무이자 할부"라는 단어를 붙여서 팔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할부의 기준이 되는 것은 원래 가격이지, 할인율이 적용된 가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무이자 할부의 가치를 좀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할인율이 적용된 상품을 팔지 않는 방법 역시 있을 수 있습니다. 즉,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면 그 상품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지 않았나하는 의심부터 해봐야하는 것입니다.

앵커링 효과

할인 정책과 덧붙여 앵커링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가장 쉬운 예가 할인율을 붙여서 파는 방식입니다. 원래 90만 원짜리 가격의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100만 원이라고 표기하고 10% 할인하여 판다고 눈속임을 하는 것이죠. 앵커링 효과를 이용하여 가격을 책정한다면, 무이자 할부 상품은 90만 원짜리 상품을 100만 원으로 팔기에 아주 좋은 상품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카드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카드 혜택 역시 이와 같은 접근 방법으로 계산됩니다. "만 원이상 결제 시, 10% 청구 할인, 최대 1천 원 적용"이라는 문구 많이 보시지 않았나요? 신용카드 역시, 혜택을 아무리 많이 받더라도 카드사의 적정 마진이 지켜지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입니다.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는 것은 일시불로 결제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혜택 상당의 금액을 할부 이자로 지급하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무이자 할부 상품의 경우 카드 마일리지 적립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반대로 무이자 할부가 많이 지원되는 카드일수록 카드 수수료와 혜택 사이에 마진이 큰 카드라고 추론하실 수도 있죠.


현금으로 살 수 없다면 사지 마라.

할부의 도움이 가장 많이 필요한 상품 중 하나가 자동차인 것 같습니다. 아반테도 3천만 원이 넘는 요즘, 이 금액을 현금 100%로 사실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나에게 3천만 원이 없다면 현재 나는 아반떼를 살 능력이 없다."라고요. 할부를 통해 차를 살 수 있다고 가정할게요. 이는 현재 나에게는 이 차를 살 능력이 없지만, 미래의 나는 이 차를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3년 할부라고 가정하면, 할부 금액만큼 3년 동안 저축을 한다면 더 싸게 이 차를 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할인율과 할부 이자까지 생각해본다면요...

할부는 습관화되기 쉽습니다.

할부가 매력적인 상품인 이유는 구매와 지불이 같은 시기에 있지 않기 때문이죠. 즉 물건을 사용하고 만족하는 것은 즉시지만, 그에 대한 지불의 책임은 비교적 뒤늦게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습관은 내가 마음을 고쳐먹을 때까지 쉽사리 고쳐지지 않습니다. 늦게 고쳐지면 늦게 고쳐질수록 미래의 나는 더 많은 지불의 의무를 지니게 됩니다.

할부를 통해 살 수 있는 것 역시 내 능력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내가 아니라 미래의 내가 가진 능력입니다. 쌓아놓은 할부를 한 번에 갚기 힘들면 힘들수록, 미래의 내가 더 많은 빚을 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미래의 내가 더 많은 빚을 지기 전에 무이자 할부는 줄여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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