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둘째를 가지면 안되는 나라, 낮은 출산율 알아보기

권진석

2023-05-21

작성,

2023-05-21

수정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저조한 출산율이 큰 문제라고 합니다. 2018년에 합계 출산율 1명의 벽이 깨졌는데, 2023년까지도 이 수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애를 낳아 기르는 것만으로도 애국한다는 소리를 듣는 시대입니다. 저희 아들은 올 1월에 태어났습니다. 제가 애를 가지면서 들게된 한국의 출산율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은 둘째를 갖기 않는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이 낳는 아이의 수를 계산합니다. 즉, 100명의 여성이 하나의 아이를 낳으나, 50명의 여성이 두 명의 아이를 낳으나 합계 출산율은 같습니다. 즉, 합계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은 다자녀 가구 수가 많아져야한다는 뜻입니다. 모든 가구에서 아이 한 명만을 갖길 원한다면 그 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명을 넘길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최근 5년 간의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가구 수의 추이를 보았습니다. 물론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가구 수는 지속적으로 줄었지만, 한 자녀보다 두 자녀 이상의 가구 수가 더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한 자녀 가구 수는 8% 감소했지만, 두 자녀와 세 자녀 가구 수는 16% 감소했습니다. 5년 이내의 초혼 부부의 수(24% 감소)와 합계 출산율(30% 감소)이 더 급격하게 줄어드는 걸 고려해보았을 때, "자녀를 갖는 것"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 자녀 가구(미성년 자녀) 두 자녀(미성년 자녀) 세 자녀(미성년 자녀) 5년 이내 초혼 부부 합계 출산율
2016 2,161,859 2,824,163 537,973 1,151,131 1.17명
2017 2,141,371 2,723,406 519,957 1,103,270 1.05명
2018 2,111,012 2,616,197 499,093 1,052,352 0.98명
2019 2,068,518 2,492,312 472,344 998,365 0.92명
2020 1,997,478 2,439,891 467,629 938,080 0.84명
2021 1,975,132 2,361,745 448,404 871,428 0.81명
감소율 8.6% 16.3% 16.6% 24.2% 30.7%


출산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애를 낳은 순간부터 육아는 그 가정의 최우선 과제가 됩니다. 육아라는 태스크가 생기는 순간부터 부부는 다른 태스크를 포기해야하죠. 과거에 가장 흔하게 선택하는 것이 여성의 커리어였습니다. 이는 가구의 소득 감소와 이어지게 되고, 여성의 삶의 만족도 역시 낮아지게 됩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즐거움으로 커리어 만족도를 대신한다는 발상은 전혀 작동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논리가 여성들 사이에서 정말로 작동하던 논리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기르는 즐거움은 커리어 만족도와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 때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개념입니다.


커리어를 추구하기엔 보육시설이 너무 없다

임신을 하게되는 순간 가장 먼저 알게되는 건 출산예정일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여성은 복직 시나리오를 작성해야합니다. 육아휴직을 할 것인지, 한다면 얼마나 할 것인지, 복직할 때 아이는 누구에 맡길 것인지 등. 애를 돌봐줄 부모님이 계신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의 길은 매우 험난합니다. 저희 가족이 대표적인 경우인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부모님은 모두 충청도에 사시거든요. 부모님께 애를 맡기고 출근을 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즉, 아내가 복직하기 전까지 어린이집을 구해야합니다. 이 부분이 둘째를 갖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부분입니다. 출산율이 낮아질수록 어린이집을 구하는 것은 더 힘듭니다. 어린이집이 더 빠르게 줄어들거든요. 제 아내도 내년 4월에 복직해야하는 상황인데, 그 전에 어린이집을 구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육아휴직, 재택근무가 보편화되어있지 않다

저희 부부는 그래도 다른 부부보다는 상황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재택근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직장에서도 육아에 대한 배려를 정말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제 아내는 시청에서 근무하고 있어 육아휴직을 다른 직장에 비해 훨씬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올 1월부터 쉬기 시작하여, 내년 4월에 복직할 예정입니다. 이 부분이 저희가 육아를 어느정도 감당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분들은 저희 부부처럼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애가 아프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소아과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서울에 살면 근처에 소아응급실이 있는 병원이 많긴 하죠. 저희가 서울을 벗어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서울에 산다하여도 응급실에 곧장 입실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오늘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에 갔으나, 2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병실에 입실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출산율이 낮아질수록 소아병원과 소아과 의사의 수가 더 빠르게 줄어듭니다. 애가 아플 때마다 여기저기 물어보고 도움을 요청하고, 노심초사 해봤자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어짜피 병원과 의사가 없어서 제때 치료받기가 힘들거든요. 

관련 기사: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9888


위의 이야기는 한 번이라면 감당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애를 낳기 전에는 몰랐다가 한 번 경험해보고는 속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둘째를 낳지 않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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