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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라, 생산성 치료제 딥워크

권진석

2023-01-23

작성,

2023-01-23

수정

오은영 박사님이 출연하는 <금쪽같은 내 새끼>, <금쪽 상담소>는 요즘 제가 유튜브에서 자주 보는 방송들입니다. 인상적인 점은 부모의 잘못된 육아는 꽤나 자주 부모의 어린 시절 좋지 못한 기억이 원인이 될 때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는 자식에게 끊임 없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전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가정폭력을 하는 아버지의 아들은 나중에 커서 가정폭력을 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저에게 직접 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제가 유치원 시절부터 그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와 비슷한 것 중 ADHD가 있는 것 같습니다. ADHD는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산만하다"라고만 생각했던 아이들이 사실은 앓고 있는 질환과도 같은 것이었죠. 흔치는 않지만 종종 유년기의 ADHD는 성인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성인 ADHD를 앓고 있는 유명 인물 중에는 <왕좌의 게임>에서 대너리스를 연기했던 에밀리아 클라크가 있고,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나왔던 가비 역시도 <금쪽 상담소>에서 성인 ADHD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ADHD가 없었습니다. 그다지 산만한 축에 끼는 아이도 아니었고, 집중력에 대한 문제를 크게 겪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사회에 진출하여 커리어를 쌓고, 일을 함에 따라서 "내가 혹시 성인 ADHD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아래는 <금쪽 상담소>에서 성인 ADHD인지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라고 합니다.

성인 ADHD 체크 리스트 - 출처: 위키트리

위의 체크리스트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은 "혹시 나도?"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전부 다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난 ADHD가 절대 아니야."라고 생각할 만큼 많이 해당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거든요. 물론 <금쪽 상담소>에서 오은영 박사는 어렸을 때부터 ADHD 증세가 있었던 것에 한한다고 했습니다. 즉, 우리가 성인이 돼서 이러한 증상을 갖는다면 그건 성인 ADHD는 아닌 셈이죠.

하지만 설사 ADHD가 아니라 하더라도 뒤가 개운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병이 아닐 뿐, 증상이 있는 것이니깐요. 특히 현대 사회는 이러한 후천적인 ADHD를 강요하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효율성, 협업이라는 핑계로 24시간 일하기를 강요하고, 여러 일,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죠. 저 역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매주 제가 출퇴근하는 본업 외에도, IT서비스 제작과 운영을 도와주는 스타트업이 하나 있고 주말마다 만나서 사이드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여기에 제가 운영하는 몇 가지 블로그까지요... 다양한 일을 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은 뿌듯하지만, 종종 집중해야할 일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책은 현대인이라면 앓는 게 너무나 당연할 수 있는 후천적 ADHD의 처방전과도 같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멀티태스킹을 하며 다양한 생각을 동시에 하는 것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능력자라면 반드시 갖춰야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일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 문제가 있으면 1분, 1초가 급하게 일을 처리하고 답변하고, 항상 온라인 상태로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지친 체력으로 인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나 성과가 나지 않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변명도 했었죠.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게 하는 업무방식에 대해 비판합니다. 우리에게 성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깊은 생각으로 도출된 결과물이기 때문이죠.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반복적인 작업물은 결코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우리가 IT서비스를 만들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표면적인 사소하고 단순한 문제들을 고치기보다는 더 깊고, 본질적이고, 비즈니스적인 문제를 고치고 수준 높은 기능을 만들어내는 것이 비즈니스에 더 큰 기회를 제공합니다.

가령, 이전 회사에서는 표면적인 이유를 고치고, 페이지의 최적화 작업을 진행함으로써 전환율, 성공률이라는 지표는 올렸지만, 비즈니스적인 결과물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매출로 보면 1%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새 기능의 런칭은 매출을 3배, 4배까지도 높였습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점은 이 기능이 우리가 생각한 만큼 좋은 퀄리티로 준비해서 런칭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때로는 수치를 활용한 개선보다 비전을 담은 새 기능이 훨씬 큰 성과를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이것은 더 많은 에너지 소모, 리소스 투입이 필요하고, 런칭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죠. 개인이든, 사업이든 운명을 바꿀 성과는 하던 일의 반복이 아니라, 집중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결과물이라는 뜻입니다.

ADHD의 증세가 있는 사람들은 이런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 매우 자주 귀찮음을 느낀다.

-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증세가 심할수록 사회에서 성과를 만드는 일이란 힘든 일이 될 수 밖에 없죠. 현대사회에 의해 생긴 후천적 ADHD의 치료제는 결국 집중입니다. 이 사람들은 집중을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중하는 방법을 까먹은 것에 더 가깝기 때문이죠. 사회가 변했어도 성과를 이뤄내는 일이 "집중"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딥워크는 평소에 시간이 바쁘고 집중능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몰입"할 수 없다고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그 방법을 제공해주는 책입니다. 일에 성과를 내고 싶으시다고요? 어쩌면 문제는 내 태도와 생활습관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덧붙여, 이 책은 몰입하여 시간을 효율적으로 집중하여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지, 한 분야에 깊이있는 전문성을 만들어내는 내용의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폴리매스, 제네럴리스트, 전문가, 스페셜리스트와 관계 없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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