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디자인이 주도하는 비즈니스 비전과 혁신, 의미를 파는 디자인

권진석

2023-01-08

작성,

2023-01-08

수정

두어 달 전에 알게된 유튜브 채널로 "마케팅웨이 최준호"라는 채널이 있습니다. 큰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독서법에 대한 영상을 봤는데, 그 후부터 제 전문 분야의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첫 번째 책입니다.

책의 머리말을 읽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책은 마치 우연적인 도전으로 얻게되는 성공을 찬양하는 책일 줄 알았습니다. 또, 디자이너가 가진 능력에 대해 찬양하고, 믿음을 가지라는 교훈일 것이라고 생각했죠. 이 책은 디자이너의 자부심도, 우연적인 도전에 대한 찬양도 아닙니다.

디자인 툴로 유명한 회사인 인비전(www.InVision.app)의 리서치 중, "The New Design Frontier"라는 게 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기 때문에 이를 위한 랜딩페이지도 만들 정도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이 리포트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이 리포트는 제 바이블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 리포트에서는 디자인 성숙도를 이렇게 나눕니다.

인비전의 디자인 성숙도 모델

- 레벨 1. 생산자(Producer): 이 수준의 조직은 디자인이 무언가를 예쁘게 만들 것으로 생각하고, 디자인팀은 비주얼적인 것들에 집중합니다.

- 레벨 2. 연결자(Connector): 비디자이너와 협업 방법과 프로세스에 대해 고민합니다. 사용자에 대한 더 많은 흥미, 공감 등을 표출합니다.

- 레벨 3. 건축가(Architect):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능으로서의 디자인입니다. 실질적인 디자인 활동에서 공유된 책임, 역할, 연계 등을 갖습니다. 이 단계에서 디자인은 복잡한 내부 근무 환경을 통합함으로써 프로덕트가 갖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합니다.

- 레벨 4. 과학자(Scientist): 가설과 실험 기반의 디자인입니다.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영향이 되는 것들을 과학적으로 분석, 실험, 리서치를 통해 측정합니다.

- 레벨 5. 예지자(Visionary): 디자인은 비즈니스의 유니크한 전략을 제공합니다. 디자인은 직원의 생산성부터 시장 점유율의 확장 등 매우 넓은 범위의 혜택을 제공합니다.

지금까지 저는 레벨 3과 레벨 4 사이 정도의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디자이너나 디자인 팀이 없는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에 디자이너가 어떻게 개입하여 개발을 할 것인지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늘 핵심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제 레벨을 5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모든 이야기는 디자인이 어떻게 회사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사업을 성공하도록 만드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닌텐도의 Wii(위)는 대표적인 혁신 디자인입니다. 그래픽 성능으로 경쟁하던 게임 시장에 저품질 그래픽 게임기를 들고와서 시장의 최고가 되었죠. Wii는 기존에 시장에서 활용하고 있지 못하던 기술을 활용했고, 디자인이 기술에 의미를 부여해준 중요한 사건입니다. 스와치가 성공적인 시계 브랜드가 됐던 것도, 애플이 MP3 시장에서 최고가 됐던 것도 모두 디자인이 제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줬기 때문입니다. 이 접근은 매우 급진적인 변화입니다. 단순히 사용자의 요구를 받아 개선하는 점진적인 변화와는 같지 않습니다. 급진적인 변화는 늘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만들고, 시장에서 검증받습니다.

저도 티클에서 유사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사용자의 저축액을 늘리고자 정말 많은 실험을 하고 기술을 사용했지만 항상 성과는 "진심"에 있었습니다. 비주얼적인 테크닉보다는 다양한 직군이 모여서 만들 수 있는 규모가 큰 기능 개발 프로젝트가 높은 성과를 얻었었죠. 가령, 당시 목표는 저축 금액을 15,000원/주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버튼의 위치, 금액, 워딩들을 바꾸는 실험을 수차례 진행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려 했었는데요, 그 벽을 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파이 정기구매"라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이 기능은 매주 돈을 자동으로 출금하고 주식 구매를 해주는 기능이었습니다. 이 기능은 사용자에게 다른 의미를 갖고 있었기에, 당시 통곡의 벽과 같았던 15,000원을 단번에 넘어 5만 원, 6만 원까지 상승시켜 주었죠.

성공의 열쇠, 디자인 커뮤니티

이 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디자인 커뮤니티입니다. 그런데, 이 커뮤니티는 디자이너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또, 비전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디자인이 디자인 에이전시를 통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이 디자인 풀은 특정 국가에 한정적이지도 않지요. 어떠한 산업에 매우 익숙한 사람과 새로운 사람, 국내 출신과 해외국적자, 디자이너와 비디자이너, 오픈된 환경에서 열린 소통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때, 비로소 혁신적인 디자인 전략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디자인 공모전과 같은 피상적인 접근도 아닙니다. 조직은 이러한 통찰을 직접 갖고 활용할 수 있어야합니다.

과연 리서치가 중요하지 않을까?

사용자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

우리의 역할이 사용자도 모르는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사용자와 관계 없이 독단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늘 정답은 사용자에게 있기 때문이죠. 즉, 우리의 역할은 사용자가 모르지만 원하는 의미를 찾고 전달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원하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해왔던 리서치이고, 이것은 무의미한 자원의 남발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경쟁에 초점을 두지 말아라

리서치는 종종 경쟁사나 시장으로 변질됩니다. 이 리서치들이 경쟁우위를 확보해주기 때문에 필요 없는 리서치인 것은 아니겠지만, 사용자에게 우리 제품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만큼 중요한 리서치는 없습니다. 세스 고딘의 "마케팅이다"라는 책에서는 특히 내 사용자, 고객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을 만족시키는 데에 온 집중을 다할 것을 강조합니다. 리서치는 시장에서 우리보다 점유율이 높은 회사나 우리를 추격하는 회사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들을 이해하고, 만족시키고, 그들이 열성적인 고객이 될 수 있도록 이끄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디자인과 디자이너는 다르다

이 책에서는 디자인 중심 혁신이 디자이너 중심 혁신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디자인이 주도하는 혁신을 추구한다고 디자인 에이전시, 유명 디자이너에 많은 돈을 주고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절하죠. 이 책에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무언가를 더 나은 상태로 만드는 작업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제품을 개선하는 모든 일이 디자인일 수 있죠.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을 빌려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디자인 중심 혁신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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