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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다닌다면 투잡을 해야하는 이유

권진석

2022-08-17

작성,

2022-08-17

수정

제가 속한 회사는 얼마 전까지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국내 유명 벤처캐피탈인 알토스벤처스,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투자도 받았고, 업력 역시 8년이나 되었음에도 위기가 찾아오는 것을 보면 위기는 자본주의에 속한 회사라면 반드시 겪어야하는 경험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IT 스타트업에서의 제 경력은 이제 4년 정도된 것 같습니다. 경력이 길진 않지만 그래도 경력에 비해선 다양한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겪었던 일들을 토대로 왜 투잡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내가 경험했던 위기들

예고 없이 회사가 망했던 경험

저는 미국의 직원 7명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대기업인 현대자동차, 퀴큰론즈(Quicken Loans)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던 회사였죠. 하지만 제가 취직한지 3~4주만에 퀴큰론즈와의 파트너십이 결렬되면서, 보드진은 사업을 그만할 것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파트너십 결렬과 사업 중단은 모두 오전에 결정되었던 내용입니다. 당시 직장을 위해 디트로이트로 막 이사를 했었고, 힘들게 한 첫 취직이었기 때문에 매우 당황스러웠던 것이 기억납니다.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서 귀국했던 경험

첫 회사가 그렇게 문 닫은 후, 운이 좋게도 CEO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은 인근에 있는 퀴큰론즈의 계열사에 스카웃됩니다. 회사에서는 고맙게도 비자도 서포팅해주었고, 미국생활은 순탄하게 진행될 줄 알았으나, 비자에 최종선택되지 못합니다. 이것도 불과 일주일만에 결정되었던 내용인데요, 당시 비자를 지원해주던 직원이 '지금쯤이면 비자가 나와야하는데,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떨어졌다는 것이다.'라고 비자가 만료하는 날의 일주일 전에 알려줬습니다. 저는 일주일만에 회사의 모든 짐을 정리하고 나왔습니다.

합병 후 사업을 정리한 경우

미국에서 돌아온 후, 취직한 회사는 자회사가 많은 회사였습니다. 회사는 원래 지주회사였는데, 자체 IT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개발은 자회사인 외주개발사에서 진행했는데요, 자체 개발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 회사 인수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했습니다. 처음엔 합병한 자회사의 서비스도 유지하려고 했었는데요, 한 달이 채 되지 못해서 자회사의 서비스는 정리할 것으로 결정합니다. 회사가 정리되자마자 절반 이상의 인력이 회사를 떠났고, 나머지 인력도 반년 내로 모두 떠나게됩니다.

권고사직을 당했던 경험

모든 조직에서 환영받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전까지는 권고사직, 해고라는 단어는 저와는 연관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없듯이, 저 역시 환영받지 못한 조직이 있었습니다. 7개월 정도 함께한 후, 저는 그 회사를 갑작스럽게 나오게 됐습니다. 사직을 권고받고, 1~2일 후 나왔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 위기가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이상한 이유로 위기가 오게 됩니다. 불과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매달 10억 원이 넘는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투자 없이도 영업이익이 크게 발생했기 때문에 회사 규모를 공격적으로 키워 나갔는데요. 수 개월 후 미국의 구매자들로부터 단체 환불을 요청받게 됩니다. 회사는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환불을 거부했지만, 구매자들로부터 반발이 심해지자 카드사는 판매 대금을 지급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는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했으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면서 재정적으로 위급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미국지사에 소속된 직원들이 대부분 layoff되게 됩니다.


생활의 안정을 위해 세컨 잡을 가져라

2018년부터 총 5곳의 직장에 속했었는데, 모두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을 뻔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회사와 다섯 번째 회사에서는 갑작스럽게 잃기도 했죠. 이렇듯 스타트업은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3~6개월 정도 생활할 수 있는 비상금을 마련하는 것도 반드시 해야할 일이지만, 동시에 세컨 잡을 갖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직장에서 나올 때에는 한국에 있는 스타트업과 2달짜리 프리랜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사를 준비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1~2개월 정도 생활할 수 있는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네 번째 직장은 권고사직이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4개월 전부터 프리랜스 프로젝트로 받았던 급여가 있었고, 퇴직금과 실업급여도 받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실업급여를 더 오래 받기 위해, 프리랜스 프로젝트를 한 달 동안 중단했었네요.

네 번째 직장에 있을 때, 프리랜스 프로젝트를 받았던 이 회사와는 관계가 더욱 깊어져, 지금은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파트타임으로 전환하면서 급여가 일정해지자, 생활 역시 더 안정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지금 회사에 위기가 왔을 때에도 생활비 정도는 파트타임으로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직을 고려하지 않고 위기를 견디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현재 회사는 위기를 많이 극복했고, 런웨이 역시 6개월 이상 확보했습니다.


투잡을 하는 건 커리어적으로도 의미 있다

직무의 부족한 스킬을 키우는 용도

저는 미국에서 직장에 다닐 때부터 퇴근 후에 부캐 삶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에는 UI디자이너였지만, 디자인 스킬이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미국에서 외국인의 근로 기회는 매우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한국회사와 협업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당시 한국과 미국의 디자이너에게 직무능력에 대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MVP를 만들고, 개발자와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한국에서는 예쁘고 정교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또, 저에겐 사수가 없었는데요, 제 직무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퇴근 후에도 꾸준히 실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기에 한국 디자인 실정에 맞춰 예쁜 디자인을 하는 것을 아예 놓지는 않았고, 한국 회사와 협업함으로써 그 능력을 키우려 했습니다. 퇴근 후에 또 다른 일을 함으로써 미국의 UI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 한국의 UI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를 모두 잡으려 했습니다.

다른 직무에 도전하는 용도

한국에서는 디자이너의 직무가 제한적인 곳이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와이어프레임도 짜고, 플로우 기획도 디자이너의 결정으로 이뤄지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서비스기획자의 오퍼레이터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죠. 한국에 돌아와서도 디자이너의 직함을 받아 일을 시작했으나, 제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까지 일을 확장하다보니, 서비스기획자, PM, PO까지 직무를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이직하면서 직무는 다시 디자이너로 돌아왔습니다. 처음 돌아왔을 때에는 업무 범위가 너무 작아져 적응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PM으로서 의사결정을 하다가 디자인만 하려다보니 적응이 쉽지 않더라고요. 이때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던 곳에서 PM/PO로서의 역할을 맡게되었고, 이전 직장에서 경험하던 의사결정 역시 파트타임을 통해 이루게 되었죠. 그때부터 저녁 이전에는 디자이너로서, 저녁 이후에는 PM 및 서비스기획자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PM로서의 직무 능력이 모두 향상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 시스템을 만드는 능력

저는 이 능력이 일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갖춰야하는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조직 구성원이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없다면 그 조직은 좋은 조직일리가 없으니깐요. 회사의 시스템을 빌딩하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기준으로 빌딩합니다.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일수록 좋은 조직을 빌딩할 가능성이 높겠죠. 제 경우에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곳의 조직 구조를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곳에 가져오는 편입니다. 대표적으로 가져왔던 것은 무제한 휴가와 자율 재택근무입니다. 소프트웨어로는 지라와 컴플루언스를 가져왔네요. 이미 검증된 좋은 제도들은 큰 걱정 없이 과감히 도입할 수 있게 됩니다. 또, 단점을 개선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기회도 얻게 됩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직장에 속해 있으면서 가족에게도 충실해야하고, 내 삶 역시 건강하게 유지되어야합니다. 저는 매일 저녁 운동을 하고 있고요, 매주 토요일은 아내를 위해서만 시간을 사용하려 하고있습니다. 또 아내가 최근에 임신을 했기 때문에, 병원 예약이 있는 날은 무조건 함께 가고 있고요. 이 모든 것을 얻기 위해선 적은 시간으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생활 패턴이 바껴야합니다. 즉, 내 삶이 더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능력 역시 필요하게 되는 것이죠.

아직까지는 두 직장에 속해있으면서 느꼈던 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풀타임으로 속해있는 직장의 워라밸이 좋은 것도 그 이유겠지요. 경제적으로 더 안정적인 삶을 누리게 되었고, 자존감도 더 많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커리어적으로도 2배 이상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요. 겸업을 불허하는 직장에 속하신 게 아니라면, 투잡으로 자신을 더 빠르게 성장시키는 것도 좋은 선택지인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의 연봉협상과 처우에 대해 덜 불만스럽게 변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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