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토스에서 연말정산 결과 미리보기 알림이 왔어요. 연말정산을 에측하는 것은 만들기 정말 어렵기 때문에 알림을 받자마자 이용해 보았어요.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기대하던 기능은 없었고, 대신 홈택스에서 쉽게 조회할 수 있는 작년의 원천징수 금액만을 보여줬어요. 사용자의 연봉 및 납부 세액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신용정보를 빼내려는 속셈에 불과한 기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솔직히 저는 너무 괘씸해서 토스를 탈퇴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기술적으로 계산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
일단 가장 먼저 기술적으로 연말정산에서 얼마나 환급받을 수 있을지 계산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워요. 근로소득, 사업소득은 물론, 주택청약, 연금저축, IRP, 퇴직금, 월세, 전세 대출 이자 등 분류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고, 계산도 복잡합니다. 전문 세무사가 대신 계산해 준다면 세무사 1명 당 하루에 1~2명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앱서비스는 그런 수준 높은 퀄리티를 만들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토스는 뭘 보여줄까?
토스가 보여주는 건 홈택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년 1년 동안 원천징수한 세액을 보여줍니다. 즉, 올해 연봉이 올랐거나, 직장을 옮겼다면 나오는 세금의 양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뜻이죠. 작년과 올해의 소득이 크게 다르시지 않은 분들에 한해서 올해 1년 동안 원천징수 하는 세금이 어느정도인지 유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뻔한 정보를 내 소득 정보를 토스에게 공개하면서 볼 필요까지는 없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냥 홈택스로 로그인하면 되는데요...


기납부 세액뿐만 아니라, 총급여, 근로소득금액, 과세표준 등 모든 정보가 올초의 연말정산과 완벽히 일치했습니다.
토스의 변명, 이벤트
그렇기 때문에 토스는 이벤트에 당첨되면 세금을 돌려준다는 말을 합니다. 이벤트에 당첨되지 않으면? 그냥 내 1년동안의 금융정보가 토스에 팔려나간 겁니다. 무료로요...

토스는 이런 걸 왜 하는 걸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사용자의 소득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득 정보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에요. 그렇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직원의 연봉이 얼만큼 되는지, 옆집에 사는 이웃의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 일도 굉장히 드물죠. 소득 정보를 알게 되면, 신용을 계산할 수 있게 되고, 이는 대출, 증권 등의 사업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모든 금융 사업을 모두 영위하고 있는 토스에겐 정말 꿀과 같은 정보에 해당하죠. 저도 개인 신용 대출 회사에서 일했던 적이 있었는데, 회사에서 늘 하는 일은 사용자의 소득이 얼마인지 알아내는 것, 이것이 얼만큼 정확한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기능을 통해 알아낸 정보는 100% 정확한 소득 정보라는 점입니다.
다른 이유로는 이런 기능이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확인해보려는 작업일 수 있어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기능은 엄청나게 만들기 힘든 기능이에요. 많은 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수요를 미리 예측하려는 것일 수 있어요. 이 기능 자체로 큰 수익이 직접적으로 발생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어떤 정보보다도 비싼 정보입니다.
가급적 사용하지 않길 바랍니다.
내 소득 정보가 노출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더 많은 대출 권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토스는 사용자의 통장 잔고 정보, 카드 사용 정보 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돈이 더 궁한 순간 더 호소력 강한 메시지와 함께 유혹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아마 토스에서 일하는 분들은 그런 의도는 전혀 없을 거라고 말할 거에요.
혹시 넷플릭스의 소셜 딜레마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소셜 미디어가 사용자에게 가짜 정보를 보여주면서 선동하고 있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에요. 사실, 소셜미디어에서 일하는 직원은 인기있는 정보를 노출하도록만 작업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거짓된 정보가 일부 사용자에게 보여지는 것이고, 이것이 선동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토스 역시 악의를 갖고서 이 기능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각 분야에서 열심히 일한 직원들의 결과로 아주 무섭게 우리를 유혹할 수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과거 난발되었던 신용카드나 2금융권 대출이 쉽게 연상되는 것도 사실이죠.
이미 조회한 건 어떻게 취소할까?
그래도 다행인 점은 탈퇴를 하지 않고도 조회한 정보를 지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토스는 기능 별로 약관을 따로 받고 있는데요, 해당 약관에 방문해서 "동의 철회하기"를 누르시면 돼요. 토스 탭 메뉴 중 가장 오른쪽에 있는 전체에서 우측 상단에 있는 설정 버튼을 누르시면, 하단에 약관 및 개인정보 처리 동의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중 선택 동의 내용에서 연말정산 미리보기를 찾으셔서 들어가시면 돼요.